그동안 디지털 뮤지엄이라고 하면 팀랩 같은 인터랙티브 전시를 떠올렸다. 벽면에 투사되는 영상, 터치하면 반응하는 스크린. 그런데 여긴 차원이 달랐다. 건물 자체가 콘텐츠였고, 공간 전체가 하나의 스크린이었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그 안에 서 있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전통적인 뮤지엄은 얼마나 귀한 것을 가졌는가에 대한 소장의 논리로 움직여왔다. 대영박물관은 그 정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제국주의 약탈의 아카이브다. 아부다비는 다른 게임을 시작했다. 뭘 가졌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 디지털 시대의 뮤지엄은 유물 창고가 아니다.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경험 플랫폼이다. 아부다비는 이걸 건축과 디지털이라는 문법으로 증명해냈다.
내가 방문했던 주변 중동 국가들과 도시들도 야심 찬 프로젝트를 쏟아낸다. 세계 최대, 세계 최초를 외치며 화려한 렌더링을 발표한다. 하지만 발표와 완성 사이의 간극은 언제나 크다. 자본은 넘쳐도 졸부 취향이 나오는 곳들이 많다. 아부다비는 다르다. 장 누벨, 노먼 포스터,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세계 최정상 건축가들을 쓰면서도 그들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방향을 제시하고, 품질을 요구하고, 끝까지 밀어붙인다. 자본, 안목, 실행력. 이 세 가지가 완벽하게 맞아야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이미 완성된 것들만 해도 놀랍다.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 페라리월드, 야스 워터월드, 워너브라더스 월드, 씨월드, 세계 최고 높이의 실내 클라이밍 월을 가진 클라임, 그리고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야스 마리나 서킷까지. 이미 주변국 어디에도 없는 밀도다.
아직 시작일 뿐이다. 디즈니랜드, 구겐하임, 자연사박물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공연예술센터까지.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들이 끝도 없이 지어지고 있다. 이 속도라면 아부다비의 문화 콘텐츠 밀도는 머지않아 세계 어떤 도시보다 높아질 것이다.
10년 뒤, 문화 순례의 목적지는 어디일까. 나는 파리, 런던, 뉴욕과 더불어, 아부다비가 그 리스트에 당당히 올라 있을 거라고 본다. 어쩌면 그 리스트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구가 수백 년간 쌓아온 문화 패권이 있지만, 그들의 뮤지엄은 여전히 19세기 문법에 갇혀 있다. 유리 진열장 안의 유물, 옆에 붙은 설명 텍스트. 아부다비는 21세기 문법을 쓰고 있다. 공간이 곧 서사가 되고, 건축이 곧 콘텐츠가 되는.
불과 수십년 전엔 아무것도 없던 사막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실험장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