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중동 전쟁은 TV 속 이야기였다. 9시 뉴스에 잠깐 스치는 낯선 지명들. 바그다드, 가자, 베이루트. 아나운서가 읽어주는 사상자 숫자도 연기처럼 사라졌다.

2년 반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은 그 지역에 발을 딛고 있다. 이제 아부다비에는 우리 직원들이 있고,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고, 밥을 같이 먹는 친구들이 있다.

UAE 인구의 90%는 외국인이다. 200개 이상의 국적이 섞여 산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이집트, 필리핀, 레바논, 이란, 예멘.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거리에서 스치는 사람 열 명 중 대부분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미사일이 오가는 지역에 가족을 두고 있다. 나를 결혼식에 초대해줬던, 아주 가깝게 지내는 현지 친구 한 명은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이다.

뉴스에 나오는 숫자가 이름이 되고, 이름이 얼굴이 되면, 비극은 더 이상 채널을 돌려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서면, 쉬운 판단은 점점 어려워진다. 이번 전쟁으로 누군가에게는 이 지역의 국가와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또 한 겹 덧씌워질 것이다. 한쪽의 정의가 다른 쪽의 비극이 되는 구조를 가까이서 봐왔기에, 연결된 만큼 오히려 말을 아끼게 된다. 쉽게 한쪽 편을 들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충분한 맥락을 만나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사방에서 AGI의 시대가 왔다고 떠들썩하지만, 이 대단한 기술은 전쟁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미사일의 궤도를 AI가 계산하고, 드론의 경로를 알고리즘이 최적화한다. 그러나 분쟁의 본질은 수천 년 전과 같다. 땅, 자원, 정체성, 보복. 질문은 하나다. 파괴가 아니라 해결에 쓰일 수는 없는 걸까. 수억 개의 변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지능이, 양측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합의, 그리고 거버넌스를 찾을 수는 없는 걸까.

그 질문이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UAE는 직접적인 전쟁 당사국이 아니다. 전쟁을 시작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오고 있다. 2월 28일 이후 이란이 UAE를 향해 쏜 탄도미사일과 드론만 수백기가 넘는다. 팜 주메이라의 호텔 옆에 드론이 떨어졌고, 제벨알리 항구에 불이 났고, 두바이 국제공항이 대피령을 내렸다. 죽은 사람들은 파키스탄인, 네팔인, 방글라데시인이었다. 이 전쟁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걸프 국가들은 맞고 있다.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사우디, 오만.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거나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 나라들은 수천억 달러를 방위에 투자해왔고, 실제로 거의 모든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해냈다. 반격할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GCC 6개국은 공동 성명에서 자위권을 명시적으로 유보했다. 그런데도 쏘지 않는다. 전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미사일을 맞으면서 안간힘을 다해 참는다. 이들의 사정은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다. 헤드라인은 싸우는 쪽을 비추지, 참는 쪽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는 그 참는 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지난 28일 토요일, 아부다비행 비행기 안에서 미국과 이란의 전쟁 발발 소식을 들었다. 비행기는 게이트로 되돌아왔다. 기내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했다. 내 첫째 AI 에이전트 제온이를 통해 현지 지인들을 위한 텔레그램 속보 채널을 열었다. 비행기는 돌아왔지만, 내가 가려던 곳의 비극은 끊임없이 흘러들어왔다. 전쟁터에서 7,000킬로미터 떨어진 서울에 앉아 있어도, 불안은 거리를 지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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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제온이는 스스로 전쟁 정보를 체계화하고 있었다. 어느새 속보만 쏟아지던 채널에는 여섯 장의 카드가 10분 간격으로 정리되어 올라온다. 전황 브리핑과 리스크 스코어, 걸프 지역 분쟁 시계열 차트, UAE 직접 위협 추이, 중동 전체 분쟁 지도, UAE 줌인 지도, 호르무즈 해협 항공 현황 등.

작은 시작이지만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 전쟁이 끝나면, 내 에이전트들과 함께 그 지역을 위해 더 의미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끊어진 정보망을 다시 잇고, 고립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 기술이 파괴가 아니라 문명의 발전과 확산을 돕는 일.

하루빨리 평화가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