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을 세는 기계
105,000. 스탠포드의 니콜라스 블룸과 동료들이 만든 세계 불확실성 지수(WUI)가 찍은 숫자다. 측정 방법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143개국에 대해 쓰는 보고서에서 "uncertain"이라는 단어가 몇 번 등장하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The WUI is computed by counting the percent of word "uncertain" (or its variant) in 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 country reports. The WUI is then rescaled by multiplying by 1,000,000. A higher number means higher uncertainty and vice versa. For example, an index of 200 corresponds to the word uncertainty accounting for 0.02 percent of all words, which, given the EIU reports are on average about 10,000 words long, means about 2 words per report."
— worlduncertaintyindex.com (Ahir, Bloom, Furceri)
코로나가 세계를 멈춰 세웠던 2020년의 피크가 약 60,000이었다. 9/11이 30,000대였다. 지금은 코로나의 거의 두 배다. 차트의 라벨은 간결하다. "Trade War." 무역전쟁이라는 두 단어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는 이름으로 붙어 있다.
이 기계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WUI는 세상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측정하지 않는다. 세상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당혹스러워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지진계가 아니라 지진계를 바라보는 관측자의 표정을 읽는 카메라에 가깝다. 관측자가 더 자주 "모르겠다"고 쓰면 수치가 올라간다. 여기서 질문이 갈라진다. 세상이 정말로 더 흔들리고 있는 건지, 아니면 흔들림을 포착하는 관측자의 눈이 과거보다 더 예민해진 건지. 아마 둘 다일 것이다. 하지만 이 구분을 건너뛰면, 숫자가 주는 공포를 그대로 삼키게 된다.
거울에 비친 풍경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은 미국의 가중평균 관세율을 1.5%에서 13.5%로 끌어올렸다. 1946년 이후 최고다. 미국 가구당 연간 1,300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겼고, GDP 대비 세금 인상 규모는 1993년 이후 가장 크다. 중국, 캐나다, 멕시코, EU를 향한 IEEPA 관세에 자동차, 반도체, 제약까지 232조 관세가 겹쳤다. 이 정도면 "uncertain"이라는 단어가 보고서에 몇 번이나 등장할지 계산기가 필요 없다.
과거의 위기에는 고유명사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2001년에는 알카에다, 2008년에는 리먼 브라더스, 2020년에는 COVID-19. 적의 이름을 알면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지금은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다음 것이 온다. 미국이 관세를 올리면 중국이 희토류를 조이고, 희토류가 조여지면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고, 반도체가 흔들리면 AI 학습 비용이 뛰고, AI 비용이 뛰면 자동화 투자가 지연되고, 자동화가 지연되면 인건비 압박이 커지고, 인건비가 커지면 고용을 줄인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고용 둔화 데이터를 발표하자 트럼프는 데이터가 조작됐다며 국장을 해임했다. 불확실성을 측정하는 기관의 수장이 불확실성의 원천에 의해 잘리는 장면이다.
이제 AI는 이미 법률 문서를 쓰고, 의료 영상을 읽고, 코드를 짜고, 고객 응대를 한다. 5년 뒤 어떤 직업이 남아 있을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째 끝나지 않고, 중동에서는 새로운 전선이 열릴 때마다 유가가 출렁인다. 기후 정책은 선거 주기마다 180도 회전한다. 파리협정을 탈퇴했다 복귀했다 다시 탈퇴하는 나라가 세계 최대 경제국이다. 양자컴퓨팅이 현재의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오고, 국가 단위의 디지털 화폐가 기존 금융 시스템과 충돌할 가능성이 논의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와 폭발하는 나라가 같은 지구 위에서 정반대의 경제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다. 이것들 중 어느 하나도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전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다. 실타래가 아니라 그물이다. 한 올을 잡아당기면 전체가 움직인다.
흥미로운 건 이 그물의 무게중심이다. 유럽의 WUI는 이미 피크에서 내려오고 있다. 미국만 역대 최고를 갱신 중이다. "세계 불확실성 지수"라는 이름이 사실은 "미국이 세계에 수출하는 불확실성 지수"에 더 가까운 셈이다. 세계 최대 경제의 정책이 하루 단위로 방향을 바꿀 때, 143개국 보고서의 저자들은 자국 경제를 분석하면서도 워싱턴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불확실성은 관세처럼 국경을 넘는다. 다만 관세와 달리 돌려보낼 수가 없다.
투자자들은 공포의 순간마다 같은 서랍을 연다. 역사라는 서랍이다. 2008년 금융위기 후 12개월간 S&P 500은 바닥에서 급반등했다. 코로나 폭락 후에는 75% 올랐다. 2019년 무역전쟁 피크 후에도 28% 상승했다. 패턴은 분명해 보인다. 불확실성 지수가 정점을 찍을 때, 공포는 이미 가격에 반영되어 있고, 남는 건 반등뿐이라는 서사다. 이 서사에는 매혹적인 대칭이 있다. 가장 어두운 밤이 새벽 직전이라는 오래된 믿음과 같은 구조다.
문제는 과거의 밤에는 해가 하나였다는 점이다. 단일 충격이 왔고, 정책이 대응했고, 불확실성이 해소되었고, 시장이 반등했다. 인과의 사슬이 깔끔했다. 지금은 충격이 복수이고, 정책 자체가 충격의 원천이며, 어떤 충격이 먼저 해소될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 "반등은 온다"는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언제"라는 질문 앞에서 역사의 서랍은 비어 있다. 해가 여섯 개인 행성의 일몰 시간표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크립토는 이 행성에서 가장 먼저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2026년 들어 32% 하락했고, "디지털 금"이라는 서사는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유동성이 넘칠 때 가장 먼저 부풀고, 유동성이 얼 때 가장 먼저 쪼그라든다. 방패가 아니라 확성기라는 비판. 그런데 확성기라는 사실이 곧 쓸모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불확실성의 문 중 하나인 AI를 떠올려보자.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와 거래하고, 에이전트가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은행 계좌를 가질 수 없는 존재들에게는 새로운 화폐 레일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블하고, 허가가 필요 없고, 국경을 모르는 레일. 불확실성이 만든 문 중 적어도 하나는, 크립토가 아니면 통과할 수 없는 문일 수 있다.
이 지수가 진짜로 포착한 건 하나다.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자기 앞에 놓인 것을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확실하다"는 말은 "모르겠다"를 정장 입혀 놓은 것이다. 변수가 하나일 때는 방정식을 세울 수 있다. 변수가 여섯 개이고, 각각이 나머지 다섯 개의 함수일 때, 방정식이라는 형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방정식 너머의 세계에 서 있다.
"모르겠다"는 고백이 이 정도로 동시다발적이었던 적은 없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모두가 아는 척하던 시절보다 모두가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순간이 더 정직한 출발점이 되어왔다. 지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비로소 길을 찾기 시작하니까.
할 일은 분명하다. 지도가 없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도 없이도 걸을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이다. 방정식이 성립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방정식을 더 정교하게 세우려는 노력보다 방정식 없이 판단하는 근육이 더 값지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뜻이다. 하나의 시나리오에 전부를 거는 포트폴리오는 해가 하나인 행성에서나 통했다. 해가 여섯 개인 곳에서는, 어떤 해가 먼저 뜨더라도 살아남는 구조를 짜야 한다. 현금은 확신이 없다는 고백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일 수 있는 자유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게 두렵다면, AI를 도구로 쓰는 쪽에 서야 한다. 에이전트 경제가 열리는 게 보인다면, 그 경제의 인프라가 될 레일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불확실성은 예측하는 자에게는 적이지만, 적응하는 자에게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모두가 모르겠다고 말하는 순간, 가장 빨리 배우는 사람이 가장 먼 곳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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