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랩스 서울 에디션 2026 심사를 마치고


지난주 토요일, 해시드 바이브랩스 서울 에디션의 심사를 마쳤다. 이후 모든 지원자에게 결과를 안내하는 메일을 보냈다. 합격한 분들보다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이 훨씬 많았다. 그 숫자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합격 안내 메일보다, 함께하지 못하는 분들께 결과를 전하는 메일을 쓰는 일이 훨씬 어려웠다. 나도 과거 여러 공모에 지원해본 경험이 있어, 지원서를 낸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마감일을 앞두고 어떤 밤을 보냈을지도 짐작한다. 그래서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것까지 솔직하게 전하려 했다. 좋은 팀을 지나쳤을 수 있다는 불편함 또한 안고 가기에 무거웠다.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지원자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리고 앞으로 다양한 밋업을 통해 교류하기를 기대한다.


아래는 메일의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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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ashed Vibe Labs: Seoul에 지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원서를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디어를 꺼내 글로 옮기고, 팀을 설득하고, 마감일을 지키며 제출 버튼을 누르기까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밤을 보내셨을지 저희는 잘 압니다. 그 시간과 용기에, 결과보다 먼저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기수에는 총 300여 팀이 지원해주셨고, 마감 당일에만 180팀 이상이 몰렸습니다. 이 숫자는 저희에게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진지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저희를 계속 이 일을 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심사는 프로덕트 완성도, 실제 트랙션, 팀의 실행력, 그리고 AI를 제품의 핵심 가치로 얼마나 깊이 구현했는지를 기준으로 진행했습니다. 최대한 동일한 기준으로, 성실하게 보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결정이 옳았다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투자자들이 반복하는 실수들이 있고, 저희도 예외가 아닙니다. 가장 흔한 함정 중 하나는 패턴 매칭입니다. 과거에 성공한 팀의 생김새, 피칭 방식, 시장의 규모와 비슷할수록 무의식적으로 더 끌리게 됩니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팀일수록, 심사자가 그 가능성을 알아채지 못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도메인 무지입니다. 저희가 익숙하지 않은 산업이나 사용자군을 다루는 팀이라면, 그 깊이를 짧은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기 어렵습니다. 낯선 것은 과소평가하게 됩니다. 세 번째는 발표와 실행력의 혼동입니다. 잘 정리된 발표, 명쾌한 스토리라인이 실제로 잘 만드는 능력과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제한된 시간 안에서 그 둘은 쉽게 뒤섞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그런 실수를 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팀을 지나쳤을 수 있고, 그 가능성이 불편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이 메일이 여러분의 확신을 흔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희의 판단은 여러분이 만들고 있는 것의 가치와 같지 않습니다. 저희가 선택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팀의 가능성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계속 만들어가세요. 지금 하고 계신 것을 멈추지 않는 것, 그게 결국 가장 강한 팀의 공통점이었습니다. 어떤 심사도, 어떤 결과도, 그 에너지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약속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이번 심사 과정에서 배운 것들, 300팀의 지원서를 읽으며 발견한 것들, 그리고 저희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부분들, 이것들을 저희만 갖고 있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퍼블릭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열어갈 예정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무엇을 보는지, 어떤 지원서가 기억에 남았는지, 어떤 실수를 했는지까지 포함해서 솔직하게 나눌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이번 결과와 상관없이, 그 자리에 함께하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번 인연이 여기서 끝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저희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ashed Vibe Labs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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