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조직에서 경영진은 병목이다. 결정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모든 정보가 소수의 사람에게 수렴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의 톨게이트처럼. 통과 자체는 3분이지만, 대기열이 3시간을 만든다. 이건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비효율은 개선할 수 있지만, 구조는 재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Hashed에서 진행 중인 태스크포스에 AI를 "관리자"가 아닌 "모더레이터"로 배치해봤다. 관리자는 결정권을 가진다. 모더레이터는 흐름만 조율한다. 결정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AI는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서 제시할 뿐. 칼을 쥐는 건 인간이고, AI는 칼을 갈아주는 역할이다. 이 구분이 핵심이다. AI를 관리자로 쓰는 건 자동화, 모더레이터로 쓰는 건 증강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권한 요청 처리가 3-4시간에서 2-5분으로 줄었다. 봇들끼리 배포를 조율하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내 AI가 프론트엔드를, 팀원의 봇이 백엔드를 담당하며 서로 상태를 확인한다. 인간 조직 위에 AI 조직이 겹쳐지는 레이어 구조. 마치 의식적 뇌가 전략을 담당하고 자율신경계가 호흡을 담당하듯.
더 깊은 함의가 있다. N명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N²에 비례한다고 했다. 10명에서 100명으로 늘면 비용이 100배가 된다. AI 모더레이터가 중간에서 정보를 라우팅하면? N² 대신 N에 가까워질 수 있다. 규모의 경제가 아니라 속도의 경제. 20명이 1000명처럼 일한다는 건, 20명의 열정이 관료주의에 희석되지 않고 온전히 폭발한다는 뜻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적어도 아직은. AI는 인간이 인간다운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정보를 단순히 옮기는 것은 인간 본연의 일이 아니다.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보다 인간다운 일이다.
우리는 그 경계를 다시 그리는 시대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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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와 함께 20명이 1000명처럼 일하는 조직 만들기
이 글은 조직의 정의가 바뀌는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에이전트 모더레이터와 함께 인원 수가 아니라 판단의 밀도, 직급이 아니라 정보 흐름의 길이가 조직의 성능을 결정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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