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재밌다!!!


IT업계에 있으면 매우 좋은 것과 매우 힘든 것이 있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같다. 매일 새로운 것들이 등장한다는 것. 이것은 무한한 기회이자 끔찍한 저주이다. 몰트봇(구 클로드봇)이 나오자마자 며칠째 써보는 중인데, 클로드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인공지능을 플라스크 병에서 꺼내 몸통을 달아준 느낌이 들었다. 트위터에서 보자마자 내 손가락은 맥미니를 주문했고, 다음날 새벽에 세팅을 마쳤다. 20분이면 충분했다. 이 정도는 바로 실행해야 이 바닥에서 숨 쉴 자격이 있다.


이 이야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되게 신나서 얘기하는 느낌"이라는 말을 들었다. 맞다. 나는 신나 있었다. 그런데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신나있는 건가, 아니면 신나야 한다고 믿는 건가. 이 바닥에서는 단 하루만 학습을 안 해도 뒤처진 존재가 되어버린다는 근원적인 공포가 있다. 며칠만 트위터를 안봐도 구세대가 되고, 보름을 쉬면 그야말로 화석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짬이 날 때마다 피드를 훑고 저장 버튼을 누른다. 설치하고 결제하고 감상을 곱씹는다.


매일 스스로 최면을 건다. "이건 재미있는 거다."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반복해서. 어느 순간, 문득 자각한 또 하나의 공포는 자각의 경계가 사라졌다는 거다. 진심으로 즐기는 것과 즐긴다고 세뇌당한 상태의 구분선이 희미해졌다. 자기객관성 같은 건 매일 새벽 도파민의 증기와 함께 증발해버린다. 어디까지가 내 취향이고 취미일까. 그런데 사실 그걸 알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내일 또 뭔가 엄청나게 재미있는게 나올 텐데. 현재의 나의 상태를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하기에는 납치범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아, 재밌다. 진짜로. 아마도.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일단 그렇다고 치자. 이 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서비스가 몇 개는 나왔겠지. 다시 확인하러 가야겠다. 정말로 재밌을 것 같다.